어느 날, 마고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할아버지의 작품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할아버지는 아틀리에가 없이 그림이 전시될 장소에서 바로 작품을 만든다나 봐요. 먼저 파리의 퐁피두 미술관에 왔습니다. 전시된 그림들 옆에는 그것을 그린 화가와 다니엘 뷔렌 할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아래위로 나란히 붙어있는데, 할아버지 그림은 보이지가 않네요. ‘왜?’일까요. 다른 그림들 뒤에 줄무늬로 숨어있기 때문일 거예요.
높은 빌딩들이 늘어선 미국 뉴욕에 왔습니다. 건물들 사이로 네모꼴 줄무늬 깃발들이 펄럭이는데, 건물 안 전시장에 들어와서 보니 그 깃발들이 그림이 되고 싶어 격자창 안으로 들어왔네요. 이번에는 영국의 한 호숫가에 왔습니다. 호수 위에는 알록달록한 줄무늬 돛단배들이 떠다니는데,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보니 벽속으로 돛단배의 돛이 그림이 되어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옛날, 시카고 기차역이었던 전시장입니다. 전시장 안은 텅텅 비어있는데, 그렇다면 할아버지 작품은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요? 마침 커다란 격자창 너머로 기차가 들어오고 그 기차의 ‘문’이 바로 할아버지 작품 [문을 보세요]가 되는 거예요. 프랑스의 한 커다란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한쪽 벽은 창문, 나머지 벽 세 개는 거울로 장식되고 전시장은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빛이 비치자 창문 밖 마을 풍경이 거울에 반사되어 전시장 안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거예요. 마을 풍경 모두가 그림이 되어 텅 빈 공간은 가득 채운 거지요.
이처럼 마고 할아버지 작품은 세계 곳곳에 줄무늬(또는 줄기둥), 마름모꼴, 네모꼴, 둥근 원, 격자창, 뾰족탑 따위의 형태로 어떤 특정한 장소나 공간에 색채와 빛 따위에 따라 오묘하게 움직이는 듯 배치. 배열한 것인데, 마고는 할아버지의 작품 만드는 과정과 솜씨, 그리고 특성 따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작품을 금방 찾아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뷔렌 할아버지가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은 무엇일까요? 할아버지는 “예술과 재미있게 노는 우리 마고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여운 예술품이란다.”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