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재 할아버지는 심리학자·민속학자·아동문학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에 재학 중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퇴학당한 뒤 배재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4년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 제1회 입학생으로 입학하여 심리학을 전공하고 1930년 졸업했습니다. 1931년 평북 선천의 신성학교 교사로 부임한 뒤 대학에서 전공한 학문과는 달리 민속학 연구에 뜻을 두고 최남선, 손진태, 송석하 등과 조선민속학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으로 민속자료 수집에 나섰습니다. 이때 모은 북한지역의 구전설화, 민요, 무당의 노래 등은 현존 국내자료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석재 할아버지는 1967년 서울대학교 교수를 퇴임한 이후에도 민속학 관련 자료집 발간과 연구논문을 많이 발표했는데,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간에 걸쳐 그동안 수집한 구전설화 2,700여 가지를 전12권으로 묶어낸 『한국구전설화』와, 전국을 발로 뛰어다니며 채록한 민요 350여 곡 중 89곡을 콤팩트디스크(CD) 5장에 담은 『임석재 채록 한국구연민요』는 우리 민속학의 고전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습니다.
임석재 할아버지는 교육자로서의 심리학과 민속학 등의 학술적인 활동 이외에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겨레의 전통적인 정서와 동심을 바탕으로 한 동요를 창작하여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한 아동문학가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구전설화는 그 나라 아동문학의 원형이 되기 때문에 임석재 할아버지가 평생을 통해 모은 옛날이야기는 이 땅의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풍부한 자료로써 크게 활용될 것이 분명합니다.
임석재 할아버지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창작동요집 『날이 샜다』(1955)·『씨를 뿌리자』(1959) 등과 전래동화집으로 『팥이 영감』(1954)·『이야기는 이야기』(1959)등을 펴내어 6·25전쟁 후의 비참하고 살벌한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밝은 심성과 정서를 심어주고 아주 재미나고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