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은 여러 동시를 읽어주고 아이들에게 숙제를 하나 냅니다. “내일까지 시 한 편씩 써오세요!” 숙제라 하면 그저 정해진 대로 해가면 되는 산수 숙제나 받아쓰기 숙제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무언가 창작을 해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 진우는 2학년이 되면서 숙제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겠다고 다짐을 한 터라, 이번 숙제만큼은 스스로 하겠노라 결기에 차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잘 모른다. 시가 어디서 자기에게 올 것만 같은데 오질 않는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서 본 형들이 싸우는 모습, 아파트 공사장과 시장길 어디에도 시를 찾을 수가 없다. 진우가 사는 아파트에 누군가는 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것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웃인지 알 수가 없다.
진우는 이런 고민을 하다가 노트를 꺼내 놓고 그만 잠이 든다. 꿈 속 세상은 다르다. 꿈속에서는 온갖 꽃들이 화려하게 주위를 감싸고 예쁜 새가 날아다닌다. 진우는 잠시 시를 찾는 것을 잊고 새 한 마리를 찾아 꿈속을 헤맨다. 그런데 꿈 속 세상에서 진우는 꽃들이며. 개울물, 시계와 달력 등 자연과 사물이 다 자기의 의견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된다. 꿈속에서 잃어버린 새를 다시 찾아 신나게 놀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자, 이제 진우는 다시 숙제 걱정을 시작한다. 그 다음날 학교에서 진우는 멋진 시를 하나 발표하게 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이 시가 아니고 그저 어제 있었던 하루를 기록한 일기란 생각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숙제에 대하여, 그리고 시인으로 키우는 교육에 대하여 한번 생각하게 한다. 감수성을 풍부하게 키운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도. 이 이야기는 원로 동시 시인 신현득 선생님께 헌정하는 신현득 식의 상상과 말놀이를 담아 패러디한 작품으로서도 그 특별한 의미가 있다.